감독 데이빗 프랭클 출연 Meryl Streep(메릴 스트립) ... Miranda Priestly(미란다) Anne Hathaway(앤 헤서웨이) ... Andrea Sachs(안드레아)
괴팍하기 그지 없는 여자?
세계최고의 패션잡지인 런웨이의 편집장인 미란다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이지만, 독선적이고 괴팍한 행동들 때문에 비서들 대부분이 얼마 버텨내지 못하고 사직하거나 쫓겨나고 만다.
미란다를 아주 괴팍하고 보기드문 사람처럼 생각하며, "어차피 같은 일을 할 거라면 조금씩은 웃어가면서, 아래사람이라 할지라도 배려해가면서 일하면 좋잖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항변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녀는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은 독선적이고 괴팍해도 되나? 간단히 말해서 '그렇다'. 미란다의 괴팍함은 그녀의 능력에 대한 보상이자, 필수적인 스트레스 해소수단의 하나이며 크게보면 결국 일의 연장선상이 될 수있다.
뛰어나고 능력이 있지만, 그만큼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 예를 들어서 자기 몸의 상태나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만한 레지던트나 인턴들이, 어째서 바쁘고 바쁜 중에서 간신히 생긴 소중하고도 짧은 여가시간을 유흥가에서의 폭음으로 메꾸겠는가? 쌓인 스트레스는 많지만 그것을 풀 수 있는 여유는 너무나 짧으니 결국 극단적인 스트레스해소법을 선택하고 마는 것이다.
우리주변의 엘리트들 중에서 미란다같은 사람은 의외로 많다.
'에밀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이 영화를 보기전에 생각햇었던 이미지, 그리고 보고나서 생각나는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영화를 보기전엔 화려하고 새련된 명품과 그것들을 온몸에 두른 허영스러운 여자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난 나의 머리속에 맺힌 이미지는 자기의 꼬리를 뽐내듯이 휘두르며 거대한 회색빛 정글속을 누비는 맹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세계최고의 패션잡지인 런웨이의 편집장인 미란다는 현대 경쟁사회의 정점에 선 엘리트중에 엘리트이자, 승자중에서 승자다. 그녀는 자신의 비서들을 '에밀리'라는 통칭으로 불러버린다, 그녀들의 본명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미란다의 비서는 '에밀리'일뿐이다.
미란다에게 있어서 비서, 즉 '에밀리'는 육식동물의 먹이, 혹은 필요하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소모품과 같은 수준의 존재에 불과하다.-이런 측면에서 미란다는 괴팍한 사람이 아니라, 아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사람이란걸 잘 알 수 있다. 쓰다 버릴 소모품이라면 아껴 쓸 이유가 없지 않는가?-
결국 '에밀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란다의 일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동료가 되어야만 한다.
Everybody wants this. Everybody wants to be us!
에밀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미란다 처럼 되기 위해서, 혹은 자기 본명으로 불릴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나? 이 영화는 이 모든 것의 해답을 아주 친절하게 보여준다.
미란다는 일때문에 쌍둥이 딸의 학교 발표회에 참석하지 못했고, 동료 나이젤의 소중한 기회를 무참히 밟아버렸으며, 결국 남편과 이혼 할 수 밖에 없었다.
엘리트, 승자가 되기위해서는 당연히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만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그들의 동료가 될 순 없다. 엘리트, 승자들의 동료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 자신을 희생해야만 한다. 자신의 취미나, 신념, 사상은 물론, 친구나 가족, 사랑과 같은 소중한 것들을 희생하지 않고서는 승자가 될 수 없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자신의 진짜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승자의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소중한 부분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니?
프라다를 입기위해 악마가 되는가? 악마가 되기위해 프라다를 입는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프라다', 즉 명품의 의미는 허영이나 과소비따위가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되는것', '존경받는 것', '뛰어난 사람, 승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악마'란 친구, 가족,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신념, 즉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것.
인간은 완벽한 천사도, 악마도 될 수 없다. 결국 언제나처럼 가장 안전한 결론인 회색빛의 결론을 내려보자면, 아무런 개성도 지니지 못한 '소모품'도 자기 자신이며 동시에 자기자신이 아닌 '악마'도 아닌 중도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 아닐까 한다.